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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er

하동 최참판댁과 연하재

 

Almost Home Stay 하동 by Epigram

 

지난 주말에는 섬진강 변 하동의 최참판댁 한옥 마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에피그램에서 진행하는 Almost Homestay가 지금 하동에 있는데, 인터넷 기사에서 이 곳 사진을 본 순간 바로 결정하고 예약했다. 그 만큼 이 곳은 한옥의 아름다움과 너른 마당, 그리고 리노베이션을 통한 신식 편안함이 함께 있는 곳이다. 모처럼 부모님도 모시고 함께 한 1박 2일, 벌써 연하재 대청마루에서 멀리 높은 산과, 섬진강, 그리고 너른 평야를 내려다 보던게 그립다.

 

한옥이 있던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는 박경리 선생님의 장편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최참판댁이 있는 곳이다. 박경리 선생님께서는 1969년~1994년까지 26년에 걸쳐 5부작 대하소설을 집필했는데, 조선말 갑오경장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격변사를 배경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을 얘기했다고 한다. 또한 토지는 무려 3번이나 드라마화 되었는데 최초 1979년 흑백 드라마 이후 최수지가 나온 1987년, 김현주가 나온 2004년에 다시 한번 만들어져서 인기를 얻었다. 나도 토지 5부작을 한 번 읽어 보려하는데, 2004년 드라마를 먼져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토지 관련 내용

무려 26년에 걸친 집필. 박경리 선생님은 과연 토지의 모든 것을 계획하고 글을 썼을까? 내 생각에는 주요 아웃라인과 캐릭터 설정, 그리고 주제 정도를 구상하고 글을 시작한 뒤, 글을 쓰면서 계속 내용을 구체화 및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을 먼져 출간하고 이후 후속작을 만든 것이나,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4~6을 먼져 선보이고, 이후 프리퀄과 시퀄을 선보인 것 처럼 말이다. 선생님께서 처음부터 한 작품에 26년을 몰두할 것을 계획하셨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선생님은 지금의 Agile 방식으로 빨리 시도하여 실패하고, 또 다시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이런 대작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묵은 곳은 연하재라는 곳인데, 최참판댁 위쪽 한옥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연하재는 방2개와 거실, 그리고 식당이 있는 디긋자형 구조의 집으로 앞에는 너른 마당이 있고, 담을 너머서는 대나무숲이 있는 언덕배기의 풍경좋은 집이다.  

우리가 한옥하면 멋있으나, 불편해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집으로 생각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한옥형태이나, 냉난방, 주방 그리고 화장실을 보면 매우 현대적이다. 이곳에 머물며 와이프가 계속했던 말이, 이곳에 외국 친구들 데려오면 정말 좋아하겠다였다. 그만큼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때도 이곳은 제대로 된 퓨전 한옥이다.

 

연하재 앞마당과 대청마루

 

식당에서 바라본 바깥풍경

연하재가 또 좋은 이유는 언덕에 위치한 배산임수의 전망과 너른 정원과 꽃 때문이다. 또한 집안 내에도 꼭 필요한 것만 깔끔하게 있고 대부분의 공간은 여백으로 남아있다. TV도 없기에 어떤 인위적인 소음이 없고, 오히려 주변의 새소리가 정겨운 곳이 바로 연하재이다.  그래서 딸에게 "우리 여기 살까?" 라고 물어 봤는데, 딸의 첫번째 대답은 "짐은 어디에 두고" 였다.  그렇다, 연하재가 아름다운 것은. 아님 어쩜 우리 집이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빽빽하게 차 있는 우리의 가구와 물건들 차이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다시 한 번 미니멀리즘을 배우게 되는구나.

 

모처럼 삼대가 함께 한 여행. 1박2일이라 너무 아쉬었다. 다음에는 최소 3일이상, 책만 들고 와서 매일 산책하고 새소리 들으며 쉬었다 가고 싶다.

우리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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