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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

금요일 자전거 퇴근 길

어제는 일을 빨리 마치고, 삼성역 앞에서 따릉이를 대여해서 탄천, 한강을 거쳐 고속터미널까지 라이딩을 즐겼다. 작년 7월 삼성동으로 회사가 옮겨간 후 가을에는 종종 운동삼아 또는 재미삼아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곤 했는데, 지난 달 초 양재 파견에서 복귀 후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보니 평소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출퇴근 할 때는 보지 못하던 탄천길 벚나무가 만개 하였구나. 따뜻한 봄이 온 만큼 한강 자전거 길에도 많은 라이더 들이 봄을 즐기고 있었다. 일부는 전문 자전거와 복장을 한 운동하는 사람들이었고, 또 일부는 나와 같이 출퇴근 하거나, 따릉이를 빌려 친구들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었다.  어쨌든 모두가 COVID-19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에 온 봄을 즐거워 하는 듯 했다. 어쩜 이번 봄은 오히려, 더 맑아진 하늘 땜에, 21세기 가장 아름다운 봄일 지도 모른다. COVID-19 덕에 전세계 곧곧에서 사람들이 죽고, 공포에 살거나, 누렸던 여러 자유를 구속되고 있지만, 지구는 모처럼 자신의 건강과 평화를 되찾았는지도 모른다.

 

다시 자전거 타기로 돌아와서, 청담/영동 대교를 거치다 보니 문득 내가 자전거 타는데 예전보다 힘이 더 많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다리는 쉴새없이 페달을 돌리고 있는데, 자전거는 쉽세 전진하지 못했다. 난 처음 내가 자전거를 덜 타서 내 다리가 부실해진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지나 알고보니, 이 문제는 앞에서 불어오는 강한 맞바람 때문이었다. 나뿐 아니라 삐까뻔적한 옷과 장비를 사용하는 전문 라이더들도 비슷했다.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하던 라이더들은 모두 정말 앞으로 잘 안나가고 있었다. 나는 때로는 보다 이를 악물고 페달을 굴리면서, 또는 저단 기어로 다운시프트를 하면서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무릅이 조금씩 욱신욱신하는 것 같았지만, 어제는 저녁 약속도 있고, 따릉이 대여시간도 한 시간이기 때문에 쉴 수가 없었다. 마침내 잠수교를 지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쪽으로 나왔는데, 이제 바람은 전보다 많이 잦아 들었다. 이렇게 나는 올해의 첫 퇴근 라이드를 무사히 마치고, 고속터미널 역에 따릉이를 반납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집에 복귀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글 쓸 거리를 고민하면서, 어제의 퇴근 라이딩을 다시 생각해봤다. 어제 바람이 불어도, 내가 자전거 타는 것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내 옷에서 찾았다. 다행히 나는 따듯한 겨울용 외투를 입고 있었고, 앞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도, 큰 추위를 느끼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만약 더 얇은 봄 외투를 걸치고 있었더라면, 아마도 중간쯤에서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내 다리라는 놈은 페달을 굴리는 속도를 때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며 셀프 제어를 할 수 있기에 더 오래 갈 수 있지만, 내 체온은 셀프 제어가 불가하고, 내가 가진 자원, 즉 옷에 따라 그 임계치가 정해진다. 

 

이 뿐 아니라 세상일이 모두 그럴 것 같다. 회사나 가정에서의 일에서도 있어 우리는 예상치 못한 맞바람을 맞게 된다. 물론 우리 모두는 맞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라이딩에 있어서도 따듯한 겉옷이 있어야만 강풍을 뚫을 수 있듯, 회사나 인생사에 있어서도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자료를 준비할 때는 자주 백업을 하고, 상사가 시키기 전에 미리 보고서 얼개를 짜거나 준비를 하고, 계획을 짤 때에는 slack을 두고하는 듯이 말이다.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의 건강과 마음가짐 이다. 운동과 식습관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빨리 풀 수 있다면, 업무 레이스에서도 지치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내일은 또 어떤 바람이 불지 모르는게 회사 업무이다. 때로는 뒷바람이 불면서, 나를 더 빨리 멀리가게 해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보다 맞바람에 맞서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가야한다. 그게 회사일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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